유리 바슈메트의 마스터 클래스(1991년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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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기획 / 올리비에 베르나제, 프랑소와 망소
제작 / 자크 데샹
편집자 주 : 글로 소개하는 바슈메트의 마스터 클래스는 소리와 영상을 직접 접하는 것과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바슈메트의 성장과정과 그의 음악세계 그리고 해석관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리라 생각된다.
바슈메트가 드보르작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E장조, Op.22와 슈베르트의 현악 사중주 '죽음과 소녀'를 구스타브 말러가 현악을 위한 오케스트라로 편곡된 것을 지휘한다.
그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편곡과 지휘에도 상당한 열정을 쏟고 있다.
연습을 마치고 잠시 쉬는 동안에 현악 오케스트라 단원 가운데 모스크바 음악원 재학 당시 바슈메트의 재자였던 비올리스트 안드레이 그리척이 바슈메트에게 다가와서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해석에 관한 의논을 한다.
장면은 피아노가 있는 연주회장으로 바뀌어서 바슈메트가 그의 연주를 열심히 듣는다.
안드레이 그리척은 느긋한 템포이지만 풍부한 비브라토로 연주한다. 그는 활을 많이 눌러서 사용하는 편이다. 그의 연주를 듣던 바슈메트는 연주를 중단시키고 좀더 가볍게 연주하라고 지시한다. 그리고 바슈베트는 덧붙이기를 슈베르트는 귀족적인 표현을 원한다고 말한다. 너무 지나치게 감정을 담아서 표현하는 것은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에서는 적당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곡과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는 그의 비올라를 받아서 자신이 몇 몇 부분을 연주해 보인다. 그리고는 그리척에게 자신의 해석에 공감이 가는지를 묻는다.
장면은 다시 바슈메트의 집으로 바뀌어서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바슈메트가 연주하고, 그의 열 살 난 딸인 크세니아 바슈메트가 피아노 연주를 한다.
그리고 그의 가족들이 둘러 앉아서 연주를 감상한다.
아르페지오네 소나타가 배경으로 흐르는 가운데 바슈베트가 자신의 어린시절을 회상해서 들려준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미 알겠지만, 내가 7살 때에 나는 거리의 소년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축구를 하고 놀았다. 한마디로 무척이나 자유로운 소년이었다. 나의 어머니는 그런 나를 보면서 나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중에 혹시 불량배라도 되지 않을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나에게 무엇인가 한가지를 배워야만 한다고 말했다. 하루는 집에 도착해 보니 거실의 테이블 위에 조그마한 바이올린이 놓여져 있었다. 당시에 나는 그것을 보고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이제 내 인생은 이제 끝장이다.'라고.
그것이 내가 클래식 음악과 처음으로 만났을 때의 일이다.
나는 결코 바이올리니스트가 될 생각은 없었다. 나는 단지 나의 어머니를 위해서 바이올린을 했다. 당시에는 비틀즈가 황금기를 이루고 있을 때였다. 그리고 나서 나는 기타를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서 나는 기타리스트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보다 나이가 많은 친구 중에는 비올라를 연주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는 연주를 할 때 네가 하고 있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그리고 악기는 마치 너의 심장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네가 사랑하는 것이 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네가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너는 파가니니의 카프리스를 연습해서 너의 기교를 길러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바이올린 연습에 몰두해야만 한다. 그러나 비올라를 선택한다면 너는 너만의 시간을 좀더 가질 수 있을 것이고, 네가 원한다면 기타에 좀더 몰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비올라를 선택했다. 그리고 아마도 그것이 내가 비올라를 선택한 가장 첫번째 이유가 될 것이다. 결국은 그 친구 때문에 나는 비올라를 선택한 것이다. "
장면은 다시 다른 젊은 여성 비올리스트를 가르치는 것으로 바뀐다.
몽펠리에 음악원의 클레르 보비쥐이다.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 1번의 아다지오 악장을 연주한다.
바슈메트는 그에게 몇가지 얘기를 한다.
"음악은 소리와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시간은 정확한 템포 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연주를 시작할 때는 박자를 셀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연주를 할 때에 박자를 절대로 잃어버려서는 안된다."
바슈메트는 매우 자연스러우면서도 설득력이 있는 연주를 그에게 들려준다. 그리고나서 얘기를 덧붙인다.
"스타일에 대해서는 우리는 좀더 나중에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로크 시대, 그리고 바흐를 연주하는 방법에 대해서 말이다."
바슈메트는 잠시 피아노에 앉아서 하모니를 덧붙여서 연주를 하면서 화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화성이 달라지면 연주도 달라져야 한다. 첫 시작을 크게해서 점점 작아진 다음에 다시 커지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그 사이에 템포가 느려져서는 안된다."
활을 쓰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을 하면서 바슈메트는 헬리콥터를 예로 들어 설명을 한다.
"헬리콥터의 프로펠러를 돌게 하는 모터는 절대로 서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처음에 천천히 돌다가 점차로 속도가 빨라지지만, 어쨋든 절대로 서지 않는데, 활을 쓰는 것도 그와 같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장면은 다시 다른 레슨으로 이어진다. 이번에는 다닐로 로시가 브람스의 비올라 소나타 f단조, Op.120을 연주한다. 그는 밀라노의 스칼라 오케스트라의 비올라 수석이다.
그의 연주 스타일은 근엄하면서도 무겁지만, 표정이 빈약하며 단순하게 들린다. 바슈메트는 그의 연주가 무겁다면서 피아노가 반주를 하는 동안 직접 피아노 위에서 비올라의 선율을 연주해 보인다. 바슈메트가 피아노에서 연주하는 비올라 선율의 표정은 오히려 비올라로 연주하는 것보다 더 표정이 풍부해 보인다.
바슈메트는 악기 없이 자신의 왼팔을 비올라처럼 해 보이고, 오른팔로 마치 활을 쥔 것처럼 하면서 비올라의 선율을 노래 해 보인다. 그는 좀더 풍부한 비브라토를 로시에게 요구한다. 로시가 작게 연주하는 부분에서 바슈메트는 그의 연주를 중단시킨다. 바슈메트는 로시에게 당신이 해석하고자 하는 바는 잘 알겠지만, 그것은 브람스의 작품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작은 소리로 연주하되 차갑게 연주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유연하고 우아하게 연주할 수도 있고, 조금은 공격적으로 연주할 수도 있지만, 언제나 집중을 해서 긴장감있게 연주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그리고 긴 선율을 연주할 때도 수평적으로만 연주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활을 사용하는 법을 지시한다.
1악장의 코다 부분은 비극적이어야 한다고 바슈메트는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부분은 아름답지도, 그리고 집중되어서 표현해서도 안된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주제를 재현하는 부분에서 바슈메트는 "이제 모든 사람들이 그 주제를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표현하려고 할 필요가 없다. 단순하게 연주하면 좋다."고 덧붙인다.
장면은 다시 바뀌어 바슈메트가 인터뷰 형식으로 얘기를 한다.
"이전에는 비올라는 아주 정확한 억양으로 연주를 할 수도 없고, 충분히 큰소리로 연주를 할 수도 없다고 생각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올라가 아주 조용한 악기라고 생각했고, 또 그렇게 얘기했다. 그러나 절대로 그렇지 않다. 비올라는 풍부한 악기이다. 비올라는 고요하게 연주할 수도 있지만, 극적이고 시적으로도 연주될 수 있다. 그리고 또한 비극적으로 표현될 수도 있고, 놀라운 표현력 또한 지니고 있다. 그리고 듣는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도 있다. 내 생각에 비올라라는 악기는 풍부한 표현력을 지니고 있는, 그러니까 음악세계를 확장할 수 있는 악기이다. 바이올린보다도 더욱 말이다. 물론 나는 바이올린을 좋아하고, 첼로 또한 좋아한다. 알다시피 나는 간혹 바이올린도 연주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비올라가 더욱 풍부한 표현력을 지니고 있는 악기이다. 음악의 세계는 악기를 이용해서 표현하는 세계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옳다는 말을 할 때도, 당신이 옳아요(작고 속삭이듯이), 당신이 옳아요(좀더 명확한 목소리로), 당신이 옳아요(좀더 큰 소리로), 당신이 옳아요(마치 화가 난듯이 더욱 큰소리로), 이렇게 다양하게 말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장면은 바뀌어 바슈메트가 연주를 들려준다. 브리튼의 '라크리메'이다.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 바슈메트가 거리를 터벅터벅 걷는 장면이 나온다. 바슈메트가 연주하는 곡과 잘 어울린다.
장면은 다시 바뀌어 바슈메트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가 모스크바 음악원 1학년때였다. 그때 나는 매우 나쁜 비올라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바딤 보리소브스키와 함께 공부를 하고 있었다. 보리소브스키는 러시아에서는 명성이 높은 뛰어난 비올리스트였다.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유리야, 너는 좋은 악기를 구해야만 한다.'
하루는 밤에 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다. 내가 연주를 하는 꿈이었는데, 매우 커다란 연주회장에서 기가막힌 소리를 지닌 비올라로 연주를 하는 꿈이었다. 그런데 꿈속에서 낯선 여인이 속삭이듯이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정말 너무나 아름다운 악기로군.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는 정말 처음이야.'
꿈속에서 나는 너무나 아름다운 비올라 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다음날 오전에 보리소브스키에게서 연락이 왔다. 기가막힌 이탈리아 비올라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믿을 수 없었다. 나는 택시를 타고 서둘러서 보리소브스키의 집으로 향했다. 그것이 바로 지금의 나의 악기이다. 나는 꿈속에서 들었던 그 비올라 소리를 나의 악기에서 찾아보려고 애를 썼지만, 그렇게 아름다운 소리는 낼 수가 없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꿈속에서 들었던 것과 같은 소리는 낼 수가 없었다(웃음)."
장면은 다시 바뀌어 바슈메트가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을 청중으로 두고 연주를 한다. 브리튼의 '라크리메'를 미하일 문틴의 피아노 반주로 계속해서 연주한다.
다시 바슈메트가 나와서 이야기를 한다.
"소리는 몸의 울림에서 나온다. 나는 나의 근육의 긴장을 느낄 때 아주 좋은 기분을 느낀다. 그리고 전신에서 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이다. 나는 나의 몸의 내부에서 비브라토가 시작되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만일 그러한 것이 없다면 나는 연주를 할 수가 없다. 그것은 사람들이 매일 매일 해야만 하는 그런 것이다. 물론 나는 매일 비올라를 연주할 수는 없다. 너무나 바쁘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한 매일 비올라를 연주할 수가 없을 때면 나는 아프다."
장면은 다시 바뀌어 바슈메트가 슈베르트의 현악 사중주 '죽음과 소녀'를 현악오케스트라로 지휘한다.
리허설을 하면서 연주자들에게 몇가지 지시를 하고는 몇몇 부분을 다시 연주하고 나서는 연습을 마쳤으니까 단원들에게 일어나도 좋다고 말한다. 바슈메트의 음성이 다시 들린다.
"나는 지휘를 하는 것에 열정을 느낀다. 왜냐하면 내가 지휘를 할 때에 나는 연주하고, 또한 가르친다. 확실하게 나는 그들 사이에서 존재하는 것이다. 연주자들은 풍부하게, 혹은 부드럽게도 연주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의 과시일 때가 많다. 그러나 음악은 확실할 수가 없는 그런 것이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장면은 다시 바뀌어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2악장을 레슨한다.
바슈메트는 피아노가 연주되는 동안 고음부에서 비올라의 선율을 연주한다. 흥미로운 것은
길게 이어지는 선율을 피아노로는 마치 트레몰로처럼 연주한다는 것이다.
바슈메트는 이렇게 말한다.
"이 부분(피아노의 서주에 이어서 비올라가 주제를 연주하는 부분)은 아티큘레이션이 중요하다. 그리고 매우 가볍게, 공기처럼 가볍게 연주해야만 한다. 그리고 연주를 하는 동안 피아노의 화성을 주의 깊게 들어야만 한다."
2악장이 끝나자 바슈메트는 자신의 스승이었던 보리소브스키가 연주를 제대로 못하면 어떻게 했는지를 얘기한다. 보리소브스키는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악보를 집어던지면서 등을 후려치곤 했다는 것이다.
장면은 다시 바뀌어 바슈메트가 자신의 딸 크세니아 바슈메트의 독주회 리허설을 들으면서 딸을 위해서 몇가지 지적을 해 주는 장면이 나온다. 크세니아는 그리그의 피아노를 위한 녹터, Op.54, No.4를 연주하는데, 바슈메트는 서두르지 말고, 선율을 길게 연결해서 연주하라고 조언한다.
바슈메트는 자신의 비올라를 옆에 껴앉고 몇가지를 다시 얘기한다.
"무엇인가를 잘 하기 위해서는 한번에 한가지만을 해야한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나서 나는 내가 좀더 많은 경력을 쌓아야만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그것을 직관적으로 알았다. 그러나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콩쿨에도 나가지 않았다. 그런 것들은 나에게는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나는 무엇인가를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그저 평범하게 지냈다. 나는 결혼을 했고, 아이들을 가졌다. 그리고나서 나의 경력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제야 나는 한번에 두 가지 일을 잘 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정말로 알게 되었다. 나는 매우 충만한 삶을 살고 있다. 나는 비올라를 연주하고,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그러나 이런 활동들을 오랫동안 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슈퍼맨이 아니기 때문이다."
바슈메트는 이렇게 말하고는 한동안 의미있는 미소를 띈다.
장면은 다시 바슈메트가 다른 첼리스트와 피아노 삼중주를 연주하는 것으로 바뀐다. 연주되는 곡은 브람스의 피아노, 비올라, 첼로를 위한 삼중주 5번이다. 첼로는 보리스 바라즈가 연주한다.
마스터 클래스가 진행되는 동안 모든 피아노 반주는 바슈메트와 오랫동안 함께 연주와 녹음활동을 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미하일 문틴이다.
(주:바슈메트는 마스터 클래스에서 러시아어와 영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그의 영어는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섬세하게 전달해 주지는 못했다고 여겨진다. 이 마스터 클래스의 테이프에는 불어자막이 나왔는데, 불어자막은 그의 영어에만 충실해서 역시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전달하지는 못했다고 생각된다. 아무튼 본 기사는 될 수 있는한 불어 자막과 그의 영어에 충실하고자 했다.)
번역 및 정리 / 김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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