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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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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의 도 와 그 아름다움 비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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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
2000-05-27 20:48 13,61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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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의 도 와 그 아름다움 비올라


비올라, 오케스트라의 악기들 가운데서 가장 독특한 위치를 갖는 악기이다.
독특한 콧소리 섞인 음색, 다른 현악기들 가운데서도 돋보이는 유연함과 탄력, 목관악기들과의 감칠맛 나는 조화, 현 파트의 풍성함과 윤기 등이 그것이며, 특히 대부분 이 악기에 의해 결정되고 구축되는 화성과 그 흐름은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독주 악기로서의 비올라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은 상대적으로 무시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 이 악기와 그 선조격의 악기들이 누렸던 영화를 되찾아 가고 있다. 따라서 비올라에 내재된 가능성은 서서히 그 비밀을 드러내기 시작하였으며, 그 옛날 이 악기에 얽힌 유래와 그 발전 과정을 짧게나마 짚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비올라, 비올 족 악기를 닮은 바이올린 족 악기

중세이후 다양한 찰현악기들이 고안되었지만 크게는 비올 족과 바이올린족으로 구분된다. 비올 족은 뒷판이 평평하고, 지판에는 짐승의 힘줄을 감아 만든 프렛이 있으며, 4도 상관으로 조율되었다. 상대적으로 무거운 활을 뒤에서 잡고는 연주하였으며 현의 수도 많았다. 반면, 바이올린 족의 악기들은 뒷판 역시 앞판과 마찬가지로 볼록하고, 프렛 없는 지판과, 5도 조현, 활을 앞으로 감싸 잡으며, 비교적 현의 수가 적었다. 프렛의 덕택으로 비올 족 악기들은 바이올린 족 악기들보다는 비브라토가 적으면서도 더 풍성한 음 빛깔과 유연한 음색을 지녔으며 더블 스토핑도 더 용이해 어느정도 다성적인 텍스추어도 연주가 가능했다. 또한 각 음역에 따라서 트레블, 데스칸트(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 비올 등으로 나누어졌으며 베이스 비올 아래에는 오늘날의 더블베이스와 비슷한 비올로네가, 다성음 연주의 용이함을 위해서는 리라 비올이, 음의 풍성함을 위해 여러 개의 공명현(포부르동)을 포함하는 비올라 다모레, 바리톤 등의 악기가 있었다. 이들 비올 족 악기들은 16세기에서 17세기에 이르는 동안 주로 프랑스와 영국을 중심으로 비올의 대가들이 대거 등장하여 비올족 음악의 황금기를 구가하게 된다.
사실 근대적 형태의 비올라는 이러한 비올족의 악기는 아니다. 분명 비올라는 바이올린 족 악기들 가운데 알토 바이올린 혹은 테너 바이올린의 중간자 적인 악기이다. 그러나 바이올린 족 악기들 가운데서도 비올라만이 비올족 악기들과 긴밀한 관련을 맺으며 오늘날과 같은 표준적인 형태로 자리잡게 되었다. 연주의 편리함 때문에 다소 작게 제작된 비올라가 만들어 내는 음색의 유사함이나(캐롤린 허친슨은 순수하게 음향학적인 관점에서 비올라의 개방현 음에 맞는 악기를 제작하였는데 오늘날 허용되는 가장 큰 비올라 사이즈인 46㎝보다 휠씬 큰 53㎝가 가장 적절하다는 것을 밝혀냈고, 실제로 이 크기의 악기를 만들었다), 상당수의 레퍼토리를 공유한다는 점 등 비올라와 비올 족 악기들 간의 역사적인 연관성은 충분히 짐작할수 있다.

비올라, 중용의 악기

음향학적인 면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비올라는 모든 악기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악기임을 알 수 있다. 근대적 의미의 최초의 비올라는 1535년경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알토-테너 바이올린’ 이며 우리는 크레모나의 안드레아 아마티, 브레치아의 가스파로 다 살로의 악기들에서 표준적인 비올라의 크기와 그 형태가 성립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 볼 수 있다. 특히 다 살로의 악기는 몸통 부분이 둥글게 제단 되어 있고 현의 길이 또한 아마티류 보다는 작아서 트레블 비올의 영향을 엿볼 수 있다. 이 시기 ‘비올라’라는 이름은 ‘활로 켜는 현악기’라는 매우 일반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점차 연주 자세에 따라서 팔 위에 올려놓고 연주한다는 뜻의 ‘비올라 다 브라치오(viola da braccio) 다리사이에 고정 시키고 연주한다는 뜻의 ‘비올라 다 감바(viola da gamba)’로 구분하기 시작하였고, 바로크 양식의 시작과 함께 저음을 강조하기 위한 악기에는 ‘바소 디 비올라 다 감바(basso di viola da gamba)’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울러 여러 개의 공명현을 지닌 비올라 다모레, 고음 현을 덧붙인 비올라 폼포사 등의 명명과 악기가 덧붙여졌다. 17세기에 들어서는 제작자와 지역에 따라 수많은 크기와 개량형 악기들이 쏟아져 나왔으며, 18세기에 접어들어서야 ‘비올라’라는 이름은 ‘비올라 다 브라치오’와 동일하게 취급되었다(오늘날에도 비올라를 독일어로는 Bratsche라고 한다).
이러한 비올라의 크기와 그 개량을 둘러싼 사례들은 19~20세기에도 발견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1876년 바그너의 대작 '니벨룽의 반지'의 초연에 사용된 헤르만 리터의, 그 몸 길이가 48㎝에 달하는 ‘비올라 알타’일 것이다. 또한 1937년 영국의 비르투오조 라이오넬 테르티스와 아서 리차드슨의 풀사이즈의 ‘테르티스 모델’ 역시 빠트릴 수 없다.
아무튼 이런 복잡하고 다양한 과정과 그 역사적 시대를 거치면서 결국 비올라는 그 이름과 음역에서도 알 수 있듯이, 테너 성부와 알토 성부 모두를 아우르는 중간자적인 악기로 자리잡게 되었다. 모든 악기들의 가장 중심에 서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다른 악기들을 포괄해내는 악기가 바로 비올라인 것이다.

비올라 텍스트들과 그 미래

최근의 고음악 및 고악보에 대한 관심의 증가로 비올라의 레퍼토리는 상당히 증가되었다. 르네상스에서 바로크 중반에까지 이르는 비올과 관련된 다양한 유산들이 비올라 레퍼토리에 편입되었고 아직도 수많은 악보들이 그 편곡, 혹은 연주를 기다리고 있다. 사실 프렛이 있는 악기들을 위한 이들 음악을 비올라로 연주 하기에는 힘든 부분들도 많지만, 19~20세기의 비올라 연주법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그 대부분은 극복되었다. 진지한 연주자들에 의해 하루 속히 이들 음악이 비올라의 정규 레퍼토리로 자리잡게 되기를 간곡히 기대한다.
바로크 시대에 접어들어 몬테베르디, 퍼셀, 텔레만, 헨델, 비발디 등 직접 비올라를 위해 쓰여진 작품들이 상당수 축적되기는 하였지만, 모든 성부를 동일하게 취급하는 르네상스의 일반적인 음악양식에서 고음과 저음이 바깥성부를 강조하는 바로크 음악으로 이행되면서, 상대적으로 비올라의 입지가 약화된 것도 사실이다. 일례로 16~17세기의 4부 앙상블에서는 두 대의 비올라가, 5부 앙상블에서는 세 대의 비올라가 사용되었지만 하이든에 의해 확립된 현악 4중주 양식에서는 단 한 대의 비올라가 사용될 뿐이다.
이러한 18세기 중엽의 상황을 극복한 작곡가가 바로 모차르트이다. 비록 그의 3중주나 5중주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E플랫조의 사용으로 장력이 약한 비올라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스코다투라(조현을 달리하는 것, E플랫조를 쉽게 연주하려면 모든 현을 반음 높여 조율하면 된다)를 사용하도록 배려하였으며, 처음으로 비올라에서도 높은 제7포지션이 사용된 '심포니아 콘체르탄테'만 언급해도 충분할 것이다. 아울러 베토벤 역시 자신의 작품59-3의 4중주곡에서 C현 상의 제5포지션을 사용하도록 하여 비올라만의 독특한 음색을 추구하기도 하였다.
낭만주의에 접어들어 브람스를 비롯한 베르디, 차이코프스키, 바그너, 말러등 수많은 작곡가들이 비올라의 발전에 공헌하였다

. 그러나 베를리오즈의 '이탈리아의 헤롤드'에서 나타난, 약음기를 사용한 오케스트라 위에 펼쳐진 독주, 비올라의 술 폰티첼로에 의한 아르페지오가 만들어내는 마술적 효과는 최상의 것이다.
'이탈리아의 헤롤드'가 파가니니의 요청에 의해 이루어 진 것과 마찬가지로 20세기에 들어서면 라이오넬 테르티스, 윌리엄 프림로즈, 파울 힌데미트 같은 비르투오조 비올리스트들의 활동에 힘입어 대작들이 탄생하게 된다. 월튼, 바르톡, 힌데미트의 비올라 협주곡들이 그것이다. 아울러 물튼 굴드, 죠셈 라이햐, 펜데레츠키, 스탠리 와그너, 아메드 세이군, 쉬니트케, 셔얼리, 페터슨, 베인브리지, 다이아나 버렐 등이 비올라를 위해 협주곡을 작곡했으며, 블로흐, 미요, 피스톤, 레베카 클라르케, 박스, 버클리, 말콤 아놀드, 힌데미트, 쇼스타코비치, 블리스, 침머만 등이 비올라를 위한 대곡들을 썼다.
다른 음악계 전체와 함께 비올라 음악도 이제 새로운 세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음악에 있어서 음향과 음색이라는 측면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진 지금, 비올라와 그 음악은 분명 르네상스 바로크의 재발견과 함께 우리 시대의 가장 풍성한 발전 가능성을 남겨주고 있다.

이진희/음악컬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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