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에 실려온 매혹적인 선율-이중오님 비올라 독주회 후기 > 러브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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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람에 실려온 매혹적인 선율-이중오님 비올라 독주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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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사람
2008-09-09 17:32 9,103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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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으로 바람은 가을 향기를 진하게 머금고 있는데 한낮의 햇살은 가는 여름이 아쉬운지 미련이 남는지 따갑게 몸부림을 치는 2008년 9월의 초입에 난 비올라란 악기에 빠졌다.
그야말로 내 생에 처음으로 비올라를 직접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비올라 독주회 공연을 동생이 영광스럽게 초대를 받아 나도 함께 기쁘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만나러 간 것이다.

봄이면 잎넓은 가로수가 많아 초록이 이쁘고, 가을이면 그 가로수가 단풍과 낙엽을 준비하고 바쁘게 돌아가지만 숨 쉴 작은 여유와 낭만이 곳곳에 숨어 있는 광화문 네거리!
큰 빌딩 뒤로는 작고 오래된 맛집 있어 정겹고 사랑스럽고 새 것과 옛 것이 공존해서 더 멋진 광화문에
위치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세종문화회관의 체임버홀에서 2008년 9월7일 저녁 7시 30분 이중오님의 비올라 독주회를 만나다.

세종문화회관의 체임버홀은 몇년 전 리뉴얼 공사를 하기 전에 와 보고 깨끗하게 바뀐 뒤는 처음이었는데 아담한 홀과 훌륭한 음향시설에 아늑하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조명이 독주회를 하기엔 더할나위없이 좋아 보였다. 나름대로 음악에 관심은 많아 가끔 기회가 되면 피아노나 바이올린이나 클라리넷의 독주회는 가보았지만 비올라 독주회는 처음이라 직접 라이브로 듣는 비올라 소리는 선율은 어떤 기분일까 느낌일까 무척이나 궁금하고 기대가 컸었다.

아늑하게 느껴지던 조명이 꺼지고 잠시 암전의 바닷속이었다가 비올라 연주자가 처음 등장하고 악기를 자리잡는 잠시 몇초 간의 정적 그 고요는 긴장감과 기대감으로 팽팽해져 체임버홀은 터질 것만 같았다.
호흡을 크게 한 번하고 연주자인 이중오님이 활을 비올라에 대고 켜는 그 순간 울리는 비올라의 묵직하면서도 바람을 닮은 듯도 하고 오랜친구의 목소리 같기도 한 그 소리 그 선율은 가슴에 쿵하고 울려와 명치 끝 저 어딘가에 박히는 듯했다.

아~ 비올라의 소리가 음색이 이런 느낌이구나!

가을밤에 듣는 비올라 소리는 바이올린처럼 부담스럽게 높고 날카롭지도 첼로처럼 낮아서 무거우면서 어둡지도 않은 적당히 묵직하면서도 가슴과 영혼을 울리는 소리였다.
깊어 가는 가을밤에 고요히 그렇지만 가볍지 않게 다가와 우리의 마음 속 깊은 곳을 울려주는 그런 소리! 오래 된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 속을 다 보여주고도 뒤가 부끄럽지 않은 너무 격정적이지도 너무 가라앉지도 않은 믿음과 신뢰가 느껴지는 깊은 대화의 소리!

처음 듣는 비올라의 선율은 연주자의 혼신을 다하는 카리스마와 무언의 역동성으로 가을밤 이곳에 함께 모인 청중들의 마음과 귀를 감동으로 적시고 있었다.
비올라의 연주를 처음 접해서 대부분 모르는 곡이었지만 Sibelius의 단조롭지만 귀에 금방 착착 감기던
'Rondo for Viola and Piano' 란 작품은 비올라와 피아노가 주거니 받거니 하는 멜로디와 느낌이 아주 정겹고 사랑스러워 듣기에도 편하고 좋았다. 마지막의 아주 긴 Bloch의 'Suite 1919'은 4장으로 구성된 곡을 한 작품으로 만든 것이라 그런지 한 작품 안에 매우 다른 느낌과 다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고 문외한인 내가 느끼기에도 많은 노력과 오랜 연습이 있어야만 연주가 가능한 어려운 테크닉과 기교가 요구되는 그런 곡처럼 느껴졌다.
완전 생초보인 내가 듣기에도 이 곡을 준비하고 연주하기 위해서 투자했을 연주자의 수많은 연습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음악적 재능을 능히 짐작해보고도 남을 듯한 작품이었다.

이 곡을 끝으로 연주자인 이중오님은 멋지게 가을날 비올라의 매력적인 선율을 마무리하였다.
연주가 끝나고 청중들은 오랜 박수소리로 멋진 연주에 화답을 했고 연주자는 수줍은 듯 여러번 인사로 대신하여 기대했던 앙콜곡을 연주하진 않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직도 흔하지 않아 더욱 반갑고 소중한 비올라 독주회는 그렇게 막을 내렸고 비올라가 이런 매혹적이고 매력적인 악기구나 하는 묵직한 감동을 안고 연주장을 빠져 나가는데 세종문화회관 뒷마당에선 바람 한자락이 시원하게 가을 향기를 전하며 지나가고 있었다.

비올라는 매혹적이다.
비올라 선율은 마음 속 깊은 곳을 파고 들어 묵직한 울림으로 남을만큼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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