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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회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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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 소피 무터와 유리 바슈메트가 들려준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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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18 17:15 6,25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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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4월 9일(화) 저녁 8시
샹젤리제 극장(Theatre des Champs Elysees, Paris)
안네 소피 무터가 다시 모차르트로 돌아왔다.
4월 8일과 9일 이틀동안 무터는 카메레타 잘츠부르크를 직접 지휘하며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전 5곡을 완주했다. 둘째 날에는 바이올린 협주곡 3번과 4번을, 그리고 유리 바슈메트와 함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를 연주했다.
어린 시절 그는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도이치그라모폰에서 발매되었던 그의 앨범에서 앳된 소녀의 모습을 보여준 무터가 들려준 모차르트는 풍부한 표현과 상상력이 가득했다.
이미 서울에서 몇차례 독주회를 가졌던 무터의 파리에서의 무대매너는 서울과는 많이 달랐다. 서울에서는 허리를 깊숙이 숙여 인사했던 반면, 이곳에서 무터는 고개만을 약간 숙여서 인사하는 모습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적지 않은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파리에서는 그와 같은 모습으로 인사를 한다는 것이다.
얼마전 살 플레이엘에서 독주회를 가졌던 키신의 인사도 매우 독특했다. 살 플레이엘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거의 비슷한 규모의 연주회장인데, 키신은 무대에 나와서 한 가운데로 한번, 좌측을 향해 한 번, 우측을 향해 한 번, 그렇게 고개만 조금 숙이는 인사를 했다. 인사를 하는 모습이 마치 정해진 각본대로 움직이는 로보트와 같았다. 이곳의 한 음악가의 말을 들으니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이곳에서는 그와 같이 인사함으로서 자신의 자존심을 세운다는것이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서울에서 연주회를 가졌던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이나, 아직은 내한 연주를 가지지 않은 마우리치오 폴리니와 같은 피아니스트는 매우 겸손하고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쨋든 한국의 청중이라면 그와 같은 인사법을 조금은 못마땅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 파리의 청중들은 그런 무터의 무대매너나 인사법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과 4번을 연주하고 휴식시간을 가진 후에 유리 바슈메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유리 바슈메트는 한국에서 몇차례 공연을 가질 계획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무산되어서 그의 연주를 직접 듣고 싶어하는 한국의 음악애호가들을 실망시키기도 했다.
바슈메트는 그동안 그의 트레이드마크로 알려진 긴 머리 그대로였고, 검은색 옷을 입고 무대에 등장했다.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동안 바슈메트는 꼿꼿히 서 있다가 지휘자처럼 오케스트라를 고무시키는 손짓을 하기도 했다. 무대 위에서의 그의 카리스마는 한마디로 대단했다. 머리를 절반 이상 가린 검고 긴 생머리에, 형식적인 연미복이 아닌, 좀더 자유로운 복장을 한 바슈메트의 카리스마는 때때로 비올라를 연주했던 파가니니의 모습을 상상하게 했다. 무터가 지휘를 겸하고 있었지만, 두 명의 독주자와 두 명의 지휘자가 동시에 무대에 오른 셈이었다.
무터와 바슈메트가 추구하는 모차르트는 서로 닮은 모습은 아니었다. 무터는 자신의 상상력과 감정, 그리고 전통적인 해석의 사이에서 교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고, 우아하면서도 명료하고, 단호하기도 한 모차르트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반면 바슈메트의 해석은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해 나가는 스타일이면서, 다양하고 풍부한 음악적 경험을 통해 얻은 그의 자유로움이 묻어났다. 그러나 이 두 대가는 서로의 개성을 포용하면서도 좋은 앙상블을 이루었다. 특히나 깊은 애수가 가득한 2악장에서는 현악기가 아니고서는 표현하기 어려운 서정이 넘치는 아름다운 세계를 소리로 감지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다채로운 감정의 뉘앙스를 명료하면서도, 선명하게 이날의 청중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독보적인 비올라의 대가들이 세상을 떠난 지금, 유리 바슈메트는 비올리스트와 비올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분명히 간과할 수 없는 존재이다. 그 이유를 우리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그동안 서울, 그리고 짧은 시간이지만 이곳 파리에서 만난 적지 않은 비올리스트들이 다른 비올리스트들에 관한 얘기할 때 유리 바슈메트를 반드시 언급하는 것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들이 바슈메트를 언급할 때 공통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그의 비올라 음색의 매력이다. 독특하면서도, 음울하기도 한 비올라 특유의 음색, 거기에는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이 있다. 그리고 우리들은 비올라의 매력을 또한 새롭게 발견하게 된다. 아직도 누군가에게 비올라는 발견되지 않은 미지의 악기일 수 있다.
바슈메트는 '비올라가 영적인 악기이며, 미래의 악기'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이미 표현한 것처럼 비올라는 아직 누군가에는 발견되지 못한 미래의 악기일 수도 있다. 그것은 아직 누군가에게는 비올라만의 독특한 매력이 발견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된다. 그런 측면에서도 바슈메트는 조금 과장되게 얘기하면, 비올라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비올라 전도사' 가운데 한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편에서는 바슈메트의 해석이 너무 자의적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비올라를 발견하기 전의 청중들에게 비올라에 빠져들게 하고, 그 음색을 사랑하게 만드는 비올리스트 가운데 한명이라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바슈메트는 올해에도 유럽에서 수많은 연주회를 가질 예정이다. 그가 가까운 시간에 한국에서도 연주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라며, 올해 안에 올라 비올라 가족들에게 그와의 단독 인터뷰 기사를 전할 수 있기를 역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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