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이색 비올라 연주회


2002-10-1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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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비올라가 있었어요(Il tait une fois l'alto, 일 레떼 윈느 푸와 랄또)>
시간 / 2002년 4월 13일 토요일 오후 4시 40분
장소 / 시테 드 라 뮈지크(Cit de la musique, Paris)
화창한 4월의 둘째주 토요일 오후에 시테 드 라 뮈지크에서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끄는 이채로운 공연이 있었다. 파리는 매우 다채로운 실내악 연주회가 많은 도시 가운데 하나이지만, 이날의 연주회는 특히나 신선했다.
<옛날 옛적에 비올라가 있었어요>라는 친근한 부제로 진행된 이날의 연주회는 비올리스트 크리스토프 데자르뎅과 앙상블 엥테르콩텡포렝의 연주로 앙상블 엥데르콩텡포렝의 홈 그라운드라고 할 수 있는 시테 드 라 뮈지크에서 진행되었다.
이 날의 연주회가 무엇보다도 이색적이었던 것은 연주된 비올라 작품과 어울리는 영상물을 따로 제작하여 연주와 함께 감상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 영상물의 음악과의 일치나 완성도가 매우 뛰어났다.
첫곡으로 슈만의 '이야기 그림책'의 4악장을 연주했는데, 빠르게 진행되는 음악과 이 곡의 부제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영상이 펼쳐졌다.
드뷔시의 플루트, 비올라, 하프를 위한 소나타 가운데 '파스토랄'이 연주되었고, 베를리오즈의 이탈리아의 해럴드 Op.16 가운데, '산 위의 해럴드'가 연주되었다. 이곡은 비올라와 피아노의 2중주로도 연주할 수 있도록 리스트가 편곡을 해 놓았는데, 데자르뎅이 비올라와 피아노, 그리고 하프와 타악기가 함께 연주할 수 있도록 다시 편곡을 하여 연주를 했다.
루치아노 베리오의 '길-Ⅱ'는 비올라와 9개의 악기를 위한 곡으로, 비올라는 계속해서 매우 빠르고, 어려운 패시지를 연주한다. 베리오의 작품을 위한 영상은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만들어졌는데,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이 작품의 현대적인 시간성을 매우 효과적으로 반영하였다. 만일 영상 없이 들었다면, 꼬마 관객들에게는 지루하고 어려웠을 이 작품이, 흥미롭고, 박진감 넘치는 곡으로 들렸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모튼 펠트만의 '내 인생의 비올라-'는 비올라와 6명의 음악가들을 위한 작품으로, 내면에 귀기울이게 하는 명상적인 힘이 있는 작품이었다. 영상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동일한 배경이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구체적인 인물이나, 사물 등이 등장했다가, 갑자기 사라지고, 엉뚱한 곳에서 다시 등장하게 해서, 영상을 보는 이로 하여금 궁금증과 함께 단조로움 속에서 어딘가 신비로운 이미지를 전달하였다.
요하네스 오케겜의 곡을 브뤼노 마데르나가 편곡한 '말로 므 바'는 세 대의 비올라를 위한 작품으로, 앙상블 엥테르콩텡포랭의 다른 연주자들이 비올라를 연주했다.
마지막으로 크리스토프 데자르뎅은 슈만의 '이야기 그림책'의 느린 2악장을 연주했다. 비올라 레퍼토리 가운데서도 자주 연주되고, 잘 알려진 작품이기는 했지만, 이렇게 15세기의 작곡가의 작품에서부터 생존 작곡가의 현대 작품까지를 아름답고 뛰어난 감각의 영상과 함께 숨가쁘게 듣고 보고 난 뒤에 듣는 감흥은 정말로 남달랐다.
원래 아름다운 작품이지만, 이 작품이 이렇게까지 아름다웠나, 싶을 정도였다.
베를리오즈의 '이탈리아의 해럴드'를 연주하기 전에는, 프랑스의 어린이가 시 낭송을 하기도 했고, 데자르뎅이 영상을 보기 위해 어둡게 만든 무대 위를 천천히 움직이면서, 작품에 관한 이야기들을 들려줄 때는 그 모습이 정말로 옛날 얘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다정하고, 친근감이 있었다.
<옛날 옛적에…> 연주를 보고, 놀라웠던 것은 연주를 시작하고 연주가 끝날 때, 그와 어울리는 영상의 상영시간이 정확하게 일치했다는 것이다.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음악의 시간적 흐름, 그러니까 빠르고 격렬한 부분, 느리고 서정적인 부분과 영상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서 함께 움직여 나갔다는 점이다.
연주자들도 연주를 마치고, 영상이 정확하게 끝났음을 스크린을 보고 확인하면서 미소를 짓기도 했는데, 이는 영상 제작자가 매우 오랜시간 음악을 반복해서 들으면서 음악에 어울리는 영상을 창작했다는 점과 연주자와의 긴밀한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된다.
아이디어 또한 참신했지만, 이것을 실제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해낸 비올리스트 크리스토프 데자르뎅과 앙상블 엥데르콩텡포렝의 연주자들, 그리고 영상 제작자들에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어린이들과 함께 시테 드 라 뮈지크를 찾은 관객들은 대만족을 하고 돌아갔다. 몇몇의 아이들과 부모들은 비올리스트에게 사인을 받기 위해 무대 뒤로 찾아가기도 했다.
비올리스트 크리스토프 데자르뎅
(*크리스토프 데자르뎅 역시 앙상블 엥테르콩탱포렝의 유능한 비올리스트 가운데 한명이다. 그는 <르 몽드 드 라 뮈지크> 3월호와 이번 연주회의 팜플렛에 자신을 이렇게 소개해 놓았다. 읽는 사람의 눈높이를 꼬마관객들에게 맞춘 것으로 보인다.)
"나는 6살에 처음으로 음악을 접했습니다. 처음으로 시작한 악기는 피아노였지요. 10살 때에 나는 다른 악기를 찾았습니다. 그것은 가지고 다닐 수 있고, 너무 예리하거나 둔탁하지도 않은 그런 악기였으면 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현악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나의 선택은 바로 비올라였습니다! 나는 캉 음악원에서 공부했고, 같은 시기에 중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바칼로레아(*프랑스의 고등학교 졸업 시험인 동시에 대학 입학 자격 시험)를 마치고 나서 나는 음악가가 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나는 2년 후에 파리 국립 고등 음악원에 입학하였습니다. 파리 국립 고등 음악원에서는 세르쥬 콜레에게 비올라를 배웠고, 이어서 베를린으로 가서 브루노 지우라나에게서 비올라를 배웠습니다. 그 이후 나는 몇몇 국제 콩쿠르에 입상하였고, 그리 오래지 않아 프로 연주자로서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실내악, 고음악, 오케스트라, 현대음악, 오페라 등의 서로 다른 레퍼토리들을 접했고, 연주했지요.
24살 때에 나는 브뤼셀 오케스트라의 비올라 수석으로 들어갔고, 4년 뒤인 1990년에 앙상블 엥테르콩탱포렝과 합류했습니다. 앙상블 엥테르콩탱포렝의 연주자들은 얼마든지 다른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러 외국에 나갈 수 있습니다. 나 역시 암스테르담, 비엔나, 쾰른, 피렌체, 파르마, 리옹, 프라이부르크 등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했습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카네기 홀,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보 등에 초대되어 연주한 적도 있습니다. 작곡가들과도 긴밀하게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비올라를 위한 현대작품의 수를 늘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베리오, 불레즈, 보스만, 자렐, 헤델, 뉜느, 레비나 등의 현대 작곡가의 작품을 초연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사용하는 비올라는 1953년 카피치오니가 제작한 이탈리아산 비올라입니다."
시간 / 2002년 4월 13일 토요일 오후 4시 40분
장소 / 시테 드 라 뮈지크(Cit de la musique, Paris)
화창한 4월의 둘째주 토요일 오후에 시테 드 라 뮈지크에서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끄는 이채로운 공연이 있었다. 파리는 매우 다채로운 실내악 연주회가 많은 도시 가운데 하나이지만, 이날의 연주회는 특히나 신선했다.
<옛날 옛적에 비올라가 있었어요>라는 친근한 부제로 진행된 이날의 연주회는 비올리스트 크리스토프 데자르뎅과 앙상블 엥테르콩텡포렝의 연주로 앙상블 엥데르콩텡포렝의 홈 그라운드라고 할 수 있는 시테 드 라 뮈지크에서 진행되었다.
이 날의 연주회가 무엇보다도 이색적이었던 것은 연주된 비올라 작품과 어울리는 영상물을 따로 제작하여 연주와 함께 감상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 영상물의 음악과의 일치나 완성도가 매우 뛰어났다.
첫곡으로 슈만의 '이야기 그림책'의 4악장을 연주했는데, 빠르게 진행되는 음악과 이 곡의 부제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영상이 펼쳐졌다.
드뷔시의 플루트, 비올라, 하프를 위한 소나타 가운데 '파스토랄'이 연주되었고, 베를리오즈의 이탈리아의 해럴드 Op.16 가운데, '산 위의 해럴드'가 연주되었다. 이곡은 비올라와 피아노의 2중주로도 연주할 수 있도록 리스트가 편곡을 해 놓았는데, 데자르뎅이 비올라와 피아노, 그리고 하프와 타악기가 함께 연주할 수 있도록 다시 편곡을 하여 연주를 했다.
루치아노 베리오의 '길-Ⅱ'는 비올라와 9개의 악기를 위한 곡으로, 비올라는 계속해서 매우 빠르고, 어려운 패시지를 연주한다. 베리오의 작품을 위한 영상은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만들어졌는데,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이 작품의 현대적인 시간성을 매우 효과적으로 반영하였다. 만일 영상 없이 들었다면, 꼬마 관객들에게는 지루하고 어려웠을 이 작품이, 흥미롭고, 박진감 넘치는 곡으로 들렸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모튼 펠트만의 '내 인생의 비올라-'는 비올라와 6명의 음악가들을 위한 작품으로, 내면에 귀기울이게 하는 명상적인 힘이 있는 작품이었다. 영상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동일한 배경이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구체적인 인물이나, 사물 등이 등장했다가, 갑자기 사라지고, 엉뚱한 곳에서 다시 등장하게 해서, 영상을 보는 이로 하여금 궁금증과 함께 단조로움 속에서 어딘가 신비로운 이미지를 전달하였다.
요하네스 오케겜의 곡을 브뤼노 마데르나가 편곡한 '말로 므 바'는 세 대의 비올라를 위한 작품으로, 앙상블 엥테르콩텡포랭의 다른 연주자들이 비올라를 연주했다.
마지막으로 크리스토프 데자르뎅은 슈만의 '이야기 그림책'의 느린 2악장을 연주했다. 비올라 레퍼토리 가운데서도 자주 연주되고, 잘 알려진 작품이기는 했지만, 이렇게 15세기의 작곡가의 작품에서부터 생존 작곡가의 현대 작품까지를 아름답고 뛰어난 감각의 영상과 함께 숨가쁘게 듣고 보고 난 뒤에 듣는 감흥은 정말로 남달랐다.
원래 아름다운 작품이지만, 이 작품이 이렇게까지 아름다웠나, 싶을 정도였다.
베를리오즈의 '이탈리아의 해럴드'를 연주하기 전에는, 프랑스의 어린이가 시 낭송을 하기도 했고, 데자르뎅이 영상을 보기 위해 어둡게 만든 무대 위를 천천히 움직이면서, 작품에 관한 이야기들을 들려줄 때는 그 모습이 정말로 옛날 얘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다정하고, 친근감이 있었다.
<옛날 옛적에…> 연주를 보고, 놀라웠던 것은 연주를 시작하고 연주가 끝날 때, 그와 어울리는 영상의 상영시간이 정확하게 일치했다는 것이다.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음악의 시간적 흐름, 그러니까 빠르고 격렬한 부분, 느리고 서정적인 부분과 영상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서 함께 움직여 나갔다는 점이다.
연주자들도 연주를 마치고, 영상이 정확하게 끝났음을 스크린을 보고 확인하면서 미소를 짓기도 했는데, 이는 영상 제작자가 매우 오랜시간 음악을 반복해서 들으면서 음악에 어울리는 영상을 창작했다는 점과 연주자와의 긴밀한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된다.
아이디어 또한 참신했지만, 이것을 실제적으로 완벽하게 구현해낸 비올리스트 크리스토프 데자르뎅과 앙상블 엥데르콩텡포렝의 연주자들, 그리고 영상 제작자들에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어린이들과 함께 시테 드 라 뮈지크를 찾은 관객들은 대만족을 하고 돌아갔다. 몇몇의 아이들과 부모들은 비올리스트에게 사인을 받기 위해 무대 뒤로 찾아가기도 했다.
비올리스트 크리스토프 데자르뎅
(*크리스토프 데자르뎅 역시 앙상블 엥테르콩탱포렝의 유능한 비올리스트 가운데 한명이다. 그는 <르 몽드 드 라 뮈지크> 3월호와 이번 연주회의 팜플렛에 자신을 이렇게 소개해 놓았다. 읽는 사람의 눈높이를 꼬마관객들에게 맞춘 것으로 보인다.)
"나는 6살에 처음으로 음악을 접했습니다. 처음으로 시작한 악기는 피아노였지요. 10살 때에 나는 다른 악기를 찾았습니다. 그것은 가지고 다닐 수 있고, 너무 예리하거나 둔탁하지도 않은 그런 악기였으면 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현악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나의 선택은 바로 비올라였습니다! 나는 캉 음악원에서 공부했고, 같은 시기에 중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바칼로레아(*프랑스의 고등학교 졸업 시험인 동시에 대학 입학 자격 시험)를 마치고 나서 나는 음악가가 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나는 2년 후에 파리 국립 고등 음악원에 입학하였습니다. 파리 국립 고등 음악원에서는 세르쥬 콜레에게 비올라를 배웠고, 이어서 베를린으로 가서 브루노 지우라나에게서 비올라를 배웠습니다. 그 이후 나는 몇몇 국제 콩쿠르에 입상하였고, 그리 오래지 않아 프로 연주자로서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실내악, 고음악, 오케스트라, 현대음악, 오페라 등의 서로 다른 레퍼토리들을 접했고, 연주했지요.
24살 때에 나는 브뤼셀 오케스트라의 비올라 수석으로 들어갔고, 4년 뒤인 1990년에 앙상블 엥테르콩탱포렝과 합류했습니다. 앙상블 엥테르콩탱포렝의 연주자들은 얼마든지 다른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러 외국에 나갈 수 있습니다. 나 역시 암스테르담, 비엔나, 쾰른, 피렌체, 파르마, 리옹, 프라이부르크 등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했습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카네기 홀,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보 등에 초대되어 연주한 적도 있습니다. 작곡가들과도 긴밀하게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비올라를 위한 현대작품의 수를 늘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베리오, 불레즈, 보스만, 자렐, 헤델, 뉜느, 레비나 등의 현대 작곡가의 작품을 초연하기도 했습니다. 내가 사용하는 비올라는 1953년 카피치오니가 제작한 이탈리아산 비올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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